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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1.08명(부부 2명당)으로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의 대가 끊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한켠에서는 애를 못낳아 발을 동동 구르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바로 불임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2년 9만6천여명, 2004년에는 무려 13만여명이 불임진단을 받았다. 급기야 정부는 출산 장려책으로 불임부부에 대해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비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알다시피 조선시대만 해도 애를 못낳는 원인을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덮어 씌웠다. 칠거지악(七去之惡·아내를 버릴 수 있는 일곱가지 이유)의 하나로 자식 못 낳는 것을 들었다. 현대 과학은 다행히도 그런 일방통행을 걷어냈다. 불임의 원인은 여성 50%, 남성 40%, 양측 모두 또는 기타 10%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남성불임
불임은 임신을 원하는 데도 일정기간 동안 임신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다. 현장 임상에서는 1년~1년6개월로 정의한다.
남성불임의 직접적 원인은 정자를 만드는 생성과정에서 효소가 빠져 미성숙된 정자가 생성되거나, 정자를 만드는 세포를 애초부터 갖고 있지 않는 등 다양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여러 검사가 동원된다.
가장 손쉬운 정액검사는 2~3일의 금욕기간 후 정액을 채취, 직접 검사하는 방식이다. 정자의 수와 활동성, 기형정도를 알 수 있다.
다만 정액검사의 결과 판정은 의사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돼 병원마다 오차가 적지 않다. 따라서 1차 결과에 이상이 있다면, 1~2개월 뒤 다시 재검사해야 한다. 정액검사에서 정상이라도 정자기능이 정상이 아닌 수가 있다. 대개 20~30%다. 임신은 정자와 난자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고환의 크기도 중요하다. 정상고환은 평균 18~20㏄이다. 만약 성인의 손가락 마디보다 더 작다면 정자생성에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고환의 크기가 지나치게 비대해도 고환수종(고환에 물이 차는 것) 등 질환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인해야 한다.
과거의 병력도 변수다. △고환정맥이 막히거나 △바이러스로 인한 음낭수종 △성병 △고환염 등이 대표적이다. 사춘기의 시작이 늦었는지 여부와 당뇨 또는 고혈압의 유무도 중요하다. 고환의 손상, 요로감염, 요로결핵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혈압 및 위궤양 치료제나 일부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의 복용여부도 파악한다.
이밖에 갑상선비대와 유방비대, 이차성징의 적절한 발현, 음모의 분포도 변수가 된다.
#불임 극복
지난 수십년간 보조 생식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선천적인 무정자증을 제외하면 남성불임의 상당부분을 극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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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이나 호르몬주사는 정자의 상태를 일부 향상시킬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가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공수정(자궁내 정자 주입)과 시험관아기시술(체외수정)이 있다. 대개의 경우 인공수정으로 임신이 가능하다.
반면, 정자의 여러 검사지표가 정상인의 10~20%에도 못 미친다면 인공수정보다는 시험관아기시술이 효과적이다. 시험관 아기는 체외수정된 수정란을
3~5일 뒤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한편 고환이 복부내에 숨어있는 잠복고환의 경우 출생후 2~3세 이전에 수술하는 게 좋다.
따라서 남자는 어릴 때 고환 속에 음낭이 만져지는지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약해진 정자
남성 정자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일반의 경험으로나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자수가 줄고 그 질도 떨어진다. 의학계는 100년 전과
비교하면 정자수는 10~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 활동성도 약하고 기형정자도 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자의 생성은
먼저 개개인의 생리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25~50세까지 정자의 생성에 큰 변화가 없다. 50세 이후 정자수의
변화는 미미하나, 그 질은 확연히 떨어진다. 즉 운동성이 감소하고, 기형정자의 분포가 많아진다.
개개인의 생리적 요인이 어느 정도
고정된 변수라면 환경·사회·심리적 요인이 큰 작용을 한다. 현대 남성은 과거 초원 시대의 남성과는 확실히 다르다.
남성의
생식기관은 화학적, 물리적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살충제, 농약, 중금속, 방사선, 전자파, 환경호르몬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자생성에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흡연이 나쁜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담배는 정자의 활동성을 저하시키고, 기형정자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빠듯한 직장생활을 비롯한 사회·심리적 요인도 건강한 정자와는 상극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에다 거듭되는 과음은 남성의
성에 좋을 리가 없다. 비만도 마찬가지다.
#지혜로운 임신법
남성 정자의 측면에서 보면 금욕기간 5일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 반면, 5일을 넘기면서부터 정자의 운동성은 감소된다. 따라서 불임에 대처하려면 일주일 이상의 금욕은 바람직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여성 배란기 전 3~5일간의 금욕이 임신성공의 최적의 조건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여성난자가 성숙된 배란기를 활용한 임신은
상식이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생리 2주일 전이 최적이다. 간혹 원만한 성교를 위해 윤활제를 사용하는 수도 있다. 이는 정자의
운동성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므로 임신을 위해서라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도움말=이승민(조이맘산부인과 부설
시험관아기센터장
(2006년 8월 22일자 영남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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